많은 IT 기반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며 임직원 100~150여 명을 넘어서는 순간, 자연스럽게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심사 의무 대상자가 됩니다. 이때부터 기업은 본격적으로 정보보안 조직 구성 또는 담당자 채용을 고민하게 되죠.
보안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사실 사업 초기부터 보안조직이 꾸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실제로 임직원 30명 남짓의 초기 단계부터 보안조직을 갖춘 스타트업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흔치 않은 경우이며, 대부분의 기업은 성장을 거듭한 후에야 비로소 보안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됩니다.
현실적인 보안조직 구성, 몇 명부터 시작해야 할까?
물론 인원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회사가 커질수록 보안 업무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요. 하지만 규모가 작더라도 필수적으로 운영해야 할 솔루션, 인증, 대외 협력 업무 등이 있기 때문에 1인 체제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최소한의 인원 구성은 3명입니다. 이는 조직장 1명, 기술보안 담당자 1명, 관리보안 담당자 1명을 의미합니다. 이 3명은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합니다. 만약 조금 더 회사의 보안 수준을 강화하고 이를 내재화하고자 한다면 5명 정도가 필요합니다. 5명이 된다면 두 개의 팀으로 분리해 업무를 전문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적은 인원으로 효율적인 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각각의 구성원이 최소한 5년 차 이상, 가능하다면 8년 차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자율적으로 업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역할과 포지션 확장 방안
이 정도 규모의 기업에서 조직장이 조직 관리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조직장 역시 한 명의 실무자가 되어야 하며, 동시에 모든 업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조직장의 경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솔루션 운영과 같이 손이 많이 가는 세부 업무보다는 정보보호 기획, 규정, 컴플라이언스 관리와 같은 전략적인 업무를 조직 관리와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가장 필수적인 두 개의 포지션은 '기술보안(솔루션 운영 관리)' 담당자와 '관리보안' 담당자입니다. 이 두 포지션을 중심으로 조직을 확장해 나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술보안 영역의 확장
초기에는 정보보호 솔루션 운영 업무에 집중합니다. 그러나 기업이 성장함에 따라 다음과 같이 역할과 전문성을 확장해야 합니다.
- 웹/앱/클라우드 보안 담당: 비즈니스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웹 애플리케이션 방화벽(WAF), 소스코드 보안 약점 분석(SAST), 침투 테스트 등을 담당합니다. 클라우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면 클라우드 환경의 보안 취약점을 관리하고 CSPM(Cloud Security Posture Management) 같은 솔루션을 도입·운영해야 합니다.
- 인프라/네트워크 보안 담당: 사내 IT 인프라와 네트워크의 안전성을 책임집니다. 방화벽, 침입방지시스템(IPS), 서버 보안 솔루션 등을 관리하고, 시스템 취약점을 분석하고 보완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 보안관제(SOC) 및 위협 분석 담당: 침해사고에 대한 24시간 모니터링 및 분석을 전담합니다. 보안정보 및 이벤트 관리(SIEM) 솔루션을 활용해 이상 징후를 탐지하고, 최신 위협 정보를 분석하여 조직의 방어 체계를 강화합니다.
관리보안 영역의 확장
인증 취득 또는 유지 업무를 시작으로 관리보안은 다음과 같이 세분화하고 전문화될 수 있습니다.
- 법규 및 컴플라이언스 관리 담당: ISMS-P, 개인정보보호법, 전자금융거래법 등 국내외 보안 법규를 준수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법규 개정에 따른 내부 규정을 업데이트하고, 관련 부서와 협력하여 정책을 적용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 개인정보보호 및 프라이버시 담당(CPO):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파기 등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관리합니다. **개인정보영향평가(PIA)**를 수행하고, 유출 사고 예방 및 대응 계획을 수립합니다. 개인정보보호 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 보안 감사 및 리스크 관리 담당: 보안 정책 및 절차의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안 시스템의 운영 현황을 평가합니다. 내/외부 감사를 총괄하고, 기업의 비즈니스 목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안 리스크를 식별하고 평가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보안팀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조건
성공적인 보안조직 구성을 위해서는 단순히 인력 충원을 넘어, 조직 문화와 협업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합니다.
- 보안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 제고: 보안팀이 단순히 규제나 통제를 강요하는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조직 전체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개발, IT 인프라, 사업 부서와 정기적인 소통 채널을 마련하여, 보안이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핵심 가치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 측정 가능한 성과 지표(KPI) 설정: 보안 업무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보안 지표(Security KPI)**를 설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취약점 패치율, 보안 교육 이수율, 침해사고 발생 건수, 보안 솔루션 도입 및 운영 성과 등을 지표로 삼아 보안팀의 기여도를 가시화할 수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 구축: 보안 조직은 급변하는 IT 환경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발전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 세미나 참여, 기술 공유 문화 등을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새로운 보안 솔루션 도입이나 기술적 위험 평가를 통해 선제적으로 위험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워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스타트업의 보안조직은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 기업의 성장과 비즈니스 연속성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입니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시작하되, 각 구성원의 전문성과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고, 전사적인 협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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