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데이터 3법(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 이후, 우리는 '가명정보'라는 개념을 통해 데이터 활용의 물꼬를 텄습니다. 하지만 보안담당자들에게 가명정보는 '자유'라기보다는 관리해야 할 '새로운 숙제'에 가깝습니다. 오늘은 가명정보 처리를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살펴보고, 스타트업 현장에서 느끼는 실무적 한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가명정보란 무엇인가?

먼저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가명정보란 개인정보의 일부를 삭제하거나 대체하여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정보를 말합니다.

  • 익명정보: 어떤 방법을 써도 재식별이 불가능한 정보 (법적 규제 대상 아님)
  • 가명정보: 추가 정보가 있으면 재식별 가능 (안전조치 의무 존재)

2. 가명정보 처리를 위한 4대 안전조치

법적으로 가명정보를 처리할 때는 다음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반드시 이행해야 합니다.

① 관리적 조치: 내부관리계획 수립 및 교육

가명정보의 안전한 처리를 위한 절차와 역할을 정의해야 합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가명처리를 수행하는지 기록하고 정기적인 보안 교육이 필수입니다.

② 기술적 조치: 분리 보관 및 접근 통제

가장 핵심적인 부분입니다. 가명정보와, 이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추가 정보'는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반드시 분리하여 보관해야 합니다.

③ 재식별 방지: 모니터링 및 파기

가명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식별될 가능성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하며, 목적이 달성된 가명정보는 즉시 파기해야 합니다.

④ 기록 보관: 처리 로그 관리

가명정보의 생성, 활용, 제공 등 모든 처리 과정을 기록하여 최소 3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3. 보안담당자가 말하는 실무의 '벽': 스타트업의 현실

가이드라인은 명확하지만, 실제 현장(특히 스타트업)에서는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가 큽니다.

🏢 "1인 다역" 스타트업에서 권한 분리가 가능할까?

가이드라인은 실데이터 관리자와 가명정보 분석자를 분리하라고 권고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한 명의 데이터 엔지니어가 운영 DB에서 데이터를 추출(실데이터)하고, 이를 분석하기 위해 가명화(가명데이터)까지 수행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물리적으로 사람을 나누기 어려운 환경에서 논리적 계정 분리만으로 보안성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은 보안담당자로서 늘 줄타기를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 활용성 vs 재식별 가능성, 그 사이의 밀당

현업 팀에서는 분석의 정밀도를 위해 데이터를 최대한 살려두길 원합니다. 하지만 보안팀의 시선은 '재식별 가능성'에 꽂혀 있죠. 조금이라도 특정인을 유추할 수 있다면 그것은 가명처리의 대상이 아니라 '동의'의 영역으로 넘어가야 합니다. 결국 저는 가명처리를 간소화하되, 재식별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하는 범위 내에서만 활용하는 보수적인 가이드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4. AI 시대, 가명화는 여전히 유효한가? (보안담당자의 시선)

최근 AI의 발전은 가명정보의 근간을 흔들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동적인 쿼리 결합으로는 불가능했던 재식별이, AI의 강력한 연산과 검색 능력을 통하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특징적인 요소가 포함된 제 정보의 일부를 AI로 추적해 보았을 때, 어렵지 않게 저라는 인물을 찾아내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방대한 외부 데이터와 AI가 결합하는 순간, '가명화'는 사실상 '실명화'의 대기열에 서 있는 것과 다름없을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단순히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것을 넘어, AI가 학습할 수 없는 수준의 '익명화'에 가까운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 마치며

데이터 활용의 시대, 보안담당자는 '브레이크'가 아닌 '안전벨트'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안전벨트가 AI라는 초고속 열차에서도 유효할지는 우리 모두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과제입니다.

여러분은 지금의 가명정보 처리 방식이 안전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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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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