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내 정보는 이미 공공재"라는 웃지 못할 농담이 들리곤 합니다. 하지만 보안을 담당하는 실무자 입장에서 유출 사고는 기업의 존폐와 직결될 수 있는 엄중한 사안입니다. 오늘은 개인정보 유출 시 법적 책임 범위와 손해배상 기준, 그리고 이에 대한 현직 보안 담당자로서의 솔직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1. 개인정보 유출 시 기업이 지는 법적 책임의 범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책임을 지게 됩니다.

  1. 행정적 책임 (과징금 및 과태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규제 기관으로부터 매출액 기반의 과징금이나 위반 행위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받습니다.
  2. 형사적 책임: 보호조치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을 경우, 대표이사나 정보보호책임자(CISO) 등이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3. 민사적 책임 (손해배상): 유출 피해를 입은 정보 주체(이용자)에게 정신적·물질적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2. 손해배상 기준: '입증'의 벽과 법정 손해배상제도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어느 정도까지 배상해야 하는가'입니다.

  • 일반 손해배상: 피해자가 실제 입은 손해액을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 법정 손해배상제도: 피해자가 구체적인 손해액을 입증하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해, 법원이 300만 원 이하의 범위에서 상당한 금액을 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 징벌적 손해배상: 기업의 고의나 중과실이 인정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물릴 수 있습니다.

3. [보안담당자 View] 판례의 흐름과 보안 불감증에 대한 우려

여기서 실무자로서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최근 대법원 판례 중 "유출 사실만으로는 정신적 손해를 인정하기 어렵고, 실제 손해가 입증되어야 배상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스팸 문자 증가와 유출 사이의 인과관계를 개인이 입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런 판례가 쌓이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고가 나도 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기업의 보안 투자 위축과 불감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큽니다. 법정 손해배상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게 실효성을 거두려면, 법원의 전향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4. 과징금 10% 시대, 숫자가 전부는 아니다

최근 전체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상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보안 인식을 높이는 차원에서는 환영할 일이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현재의 3% 과징금 체계에서도 여러 감경 사유로 인해 실제 가중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강력한 숫자로 압박하기보다는, 실질적인 행정 처분의 집행력을 강화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5. 현장의 괴리: 늘어나는 규제와 멈춘 예산

보안 담당자를 가장 막막하게 만드는 것은 '업무의 과부하'입니다.
ISMS-P 의무화와 공시 대상 확대 등 규제는 날로 촘촘해지고, 사고가 날 때마다 규제 기관은 전수 조사를 요구합니다. 반면, 중소기업 현장의 예산과 인력은 늘 제자리걸음입니다.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하는데, 보안 담당자는 한정된 인원으로 산더미 같은 보고서와 검토 대상을 마주해야 합니다. "보안은 규제가 아니라 문화와 투자"라는 인식이 경영진에게 먼저 뿌리내리지 않는다면, 아무리 법을 강화해도 실무자의 '번아웃'만 초래할 뿐입니다.


글을 마치며

개인정보 유출의 법적 책임은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지만, 그 책임의 무게가 실무 현장의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기업은 배상 책임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보안에 투자해야 합니다. 저 또한 현장에서 더 안전한 서비스를 위해 고민하며, 실질적인 보안 강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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